[만평칼럼] 피곤한 성과주의

향우일보l승인2016.05.26l수정2016.05.2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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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피로누적으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다. 권투선수가 잽을 많이 허용하다 보면 쉽게 KO 패 당하는 것처럼 조금씩 누적된 피로가 영혼을 갉아 먹고 있는 꼴이다. 어디를 둘러 봐도 사방이 막혀 있다. 그래서 피곤할 곤(困) 자는 에운 담(口) 자에 나무 목(木) 자로 구성했는지 모르겠다.

나무가 사방에 막혀 있으니 어디 제대로 숨이나 쉬겠는가. 어느 집단이고 할 것 없이 성과를 강조하면서 '너(우리)는 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하지만 성과사회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든 조직이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면 그것이 제 아무리 가치가 있다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 여기서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가 발생하게 된다. 사실 행복은 성과주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마음을 나눌 때 받게 되는 선물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

성과주의 조직에서는 나이가 어려도 상관없다. 설사 신입사원이라 해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고속승진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성과사회의 매력이니까. 이런 사회가 마치 공평한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사회는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로 만들고, 상대방을 짓밟고 자기만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편법을 써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쉽다.

결국 현재 우리들이 느끼는 피로(疲勞)란 보다 좋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必要) 없는 일에 정신없이 뛰어 다닌 결과물인 셈이다. 시대는 언제나 우리를 억압하고 조정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체감 가능한 감시와 규율을 적당하게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성과를 높이기도 한다.

더 무서운 것은 눈에 드러나는 강제성이 아니라 보상과 유혹이라는 적절한 꿀을 사용해 인간의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성과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사람을 아무도 없겠지만, 한 번쯤은 자신과 주변 상황에 대하여 깊은 고뇌를 할 필요도 있지 싶다. 성과주의 노예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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