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계의 대부, ‘한방한류’를 이끌다

“대자연 거스르지 않는 삶…세계에 통하는 이치” - 변정환 대구한의대학교 명예총장 정재훈 기자l승인2016.06.01l수정2016.06.0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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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계의 대부, ‘한방한류’를 이끌다
“대자연 거스르지 않는 삶…세계에 통하는 이치”

- 변정환 대구한의대학교 명예총장

“대자연에 답이 있다.” 확고한 신념을 설명하는 변정환 대구한의대학교 명예총장의 목소리는 8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또렷했다. 젊은 학생들 앞에서 시대를 보는 감각으로 세계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다. 대구한의대학교를 설립하면서 가진 ‘한의학의 세계화’라는 목표에도 여전히 앞장서고 있다.
국내를 넘어 국제 한의학계의 상징적인 이름이 된 변 명예총장과 마주앉아 그의 삶과 철학을 들었다. 변 명예총장은 현대 사회에 필요한 부분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연에 따르는 생활’을 조언했다. 같은 이유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한의학의 세계적인 가능성을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한 사회라고들 합니다. 가장 큰 시대적인 문제는 무엇일까요.
“모두가 너무 근시안적이에요. 큰 것은 모르고 너무 작은 것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세상에 갓 태어나 어려서는 남의 도움을 받지만, 어른이 됐으면 남을 위해서 살 줄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자기만 위해서 살고, 좁게 보며 산단 말입니다. 그러면 무인도에 가서 살지 뭐하려고 사회생활을 합니까.또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를 생각해야 해요. 개인적으로 남을 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인데, 개인과 개인으로는 양보를 하면 할수록 좋지만 단체와 단체에서는 나의 속한 단체를 내세울 줄도 알아야죠.”

- 그로 인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요.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을 함에 있어서 세 가지 허물을 주의해야 해요. 말을 해야 할 때 안 하는 것이 첫째,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는 것이 둘째, 그리고 내가 말을 할 때 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셋째 허물입니다. 사람들이 너무 자기만 생각하면서 말을 하고 있어요. 이 넓은 세상에서 남을 고려하지 않고 산다니, 너무 못난 것이죠.  결국 인간이란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서 봉사하며 사는 존재여야 합니다. 그걸 알아야 해요.”

- 시선을 안에서 밖으로, 타인에게 돌려야 한다는 뜻이신가요.
“그게 시작입니다. 더 나아가서, 남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가 먹고 쓰고 남는 걸 가지고 한다는 건 허위입니다. 내 생활을 최대한 절제하고 근검하면서 그것으로 남을 위해 뭘 해야지, 자기 쓸 거 다 쓰면서 하면 무슨 보람이 있습니까. 저는 개업을 하면서부터도 남을 위해서 봉사하자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술 담배 다 끊고, 한 55년째 육식도 안 합니다. 식사도 하루 한 끼만 해요.”

- 스스로 부족해야 한다니, 시대의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더 활기차게 살 수 있습니다. 용기 있는 삶이란 언덕 위에서 적당히 굶주린 사자와 같아요. 사자는 배가 부르면 잠이 들어 버리죠. 잠이 든 사자를 무서워하는 짐승은 없어요. 토끼든 사슴이든 그 앞으로 그냥 다녀도 괜찮죠. 사자가 아닌 겁니다. 사람에겐 돈이 그렇습니다. 돈이 많으면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의 문제에 빠져요. 똑똑하다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의욕이 안 생깁니다. 또 어리석은 자는 돈이 많으면 못할 짓을 골라가며 해요. 그렇게 나쁜 길로 빠져요. 참 한심한 것 아닙니까?”

- 식사도 그런 의미에서 1일1식만 하시는 것인지요.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이 음식을 먹음에 있어서 변화를 줘야 건강하기 때문이에요.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볼까요? 주차장에서 출발할 땐 1단 기어로 출발하고, 탄력이 붙으면서 2단 3단으로 올리잖아요. 고속도로 들어가면 4단 5단으로 놓고 가지요. 상황에 맞게 운전을 하는 게 좋은 거지, 휘발유를 많이 넣는다고 차에 좋은 건 아니잖아요. 사람도 밥을 많이 먹는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엄마 뱃속에서 24시간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성장기엔 영양이 많이 필요하니까 3끼 이상을 먹지만 그 다음엔 식사량을 줄이는 게 좋아요. 과거엔 영양결핍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99%가 과잉으로 병이 납니다.”

- 건강을 위해 식사 조절 외에 운동도 하시는지요.
“태극권을 합니다. 금메달 5개를 땄어요. 이 태극권이 부드러우면서도 태극의 이치를 담은 운동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운동하면 젊을 때보다 오히려 3배 효과가 나요. 젊어서야 운동을 안 해도 기본 체력이 있으니까 괜찮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이 먹으면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해야 건강해집니다.”

건강이란, 자연에 순응하고 따르는 것

- 건강이 자연에 있다는 말씀을 총장께서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건강한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인가요.
“옛날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한의학의 원전은 황제(黃帝)입니다. 황제가 부족국가로 중국을 통일해서 13년이나 다스리는데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구자산에 사는 현자 대외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가다가 길을 잃고, 한 아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아이에게 대외라는 선생을 아느냐고 묻자 시원하게 ‘안다’고 답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물었더니 ‘다른 말을 해치는 한 마리만 잡아내면 마구간이 조용하다’고 답하더래요. 거기에 감탄해서 병마를 다스리는 법을 물었더니 ‘밝을 때 활동하고 어두울 때 자야지’라고 했답니다. 그게 음양오행의 이치입니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 그것이 한의학에서 보는 건강이군요. 자연에 맞춰 생활하는 것 말이지요.
“한의과 학생들에게 이런 요지의 강의를 했습니다. 지금 양의와 한의가 있는데, 양의는 벽돌집 같고, 한의는 대산림과 같다고요. 벽돌집은 자로 재 보면 벽돌이 얼마나 들어갔고 건축비가 얼마 들었는지 상황이 다 나와요. 측정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산림은 자로 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수목이 그렇게 많아도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산림도 잴 수가 있습니다. 다만, 미터가 표시된 자로 잴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이라는 잣대로 해야 하지요. 양의학이 현미경이라면 한의학은 망원경이에요. 망원경으로 미생물을 못 보는 것처럼 현미경으로는 먼 산을 절대 볼 수 없습니다. 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를 하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 현대 의학에서 병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의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 아닐까요.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이 사람들을 떨게 했습니다. 그런데 겁만 냈지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어요. 신종플루가 세계적인 공포의 대상이 됐지만 기껏 치료한다고 해봐야 타미플루 처방하는 것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게 초기에는 효과가 있는데, 나중엔 오히려 그거 먹어서 죽은 사람이 나왔어요. 한의학의 눈으로 보면, 병이 들어가는 코스가 있고, 얼마나 진행됐느냐에 따라 약이 달라져야 합니다. 처음엔 열이 나지만 나중엔 속이 냉해지고 그러면 반대 약을 써야 하죠. 그런데 타미플루가 초반에 들었다고 그것만 쓰는 거예요. 그러니 안 되는 겁니다.”

- 총장님께서 만성난치병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요즘 난치병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병들을 난치병이라고 보지도 않아요. 자연을 거스르니까 병으로 나오는 것일 뿐입니다. 병은 자연의 섭리를 어기면 생겨요.우리 사회가 출산율이 낮은 이유도 저는 여기서 찾습니다. 전에 어떤 의사가 방송에 나와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찬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해서 그게 많이 퍼졌어요. 지금도 그 말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고요. 그런데 우리가 하루를 주기로 보면 양의 기운, 즉 불기운이 자시(오후 11시~ 새벽 1시)에 일어나거든요. 그렇게 불이 막 번지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찬 물을 부으면 어떻겠어요. 또 요즘 많은 역류성 식도염도 그래요. 아침에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시키기 위한 침이 밤새 위와 식도에 고여 있었는데 일어나서 물로 다 밀어내 버리고 있습니다. 침이 항균작용, 소화작용, 윤활작용을 하는 건데 아침부터 다 밀어내니 침이 역할을 할 수가 없지요. 동물들도 아침부터 물을 먹진 않아요. 잔디나 정원수가 아니면 식물에게도 아침에 물을 주지 않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가는 게 좋아요.”

-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한의학을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대자연엔 국경이 없습니다.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 맞춰 나아가야지요. 우리나라 안에만 국한되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대학 이름이 ‘대구한의대학교’인데 저는 이렇게도 해석합니다. ‘크게 구한다’. 한의로 세상을 크게 구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그런 취지로 대구한의대학교는 전 세계 22 개국 83개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 총장님께서도 외국에 많이 다니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5년간 인도네시아 대통령 주치의를 했어요. 그 전에 국제동양의학회 초대 2대 회장을 했는데, 인도네시아 출신 회원들이 대통령 주치의로 감당이 안 되니까 나를 추천해서 갔지요. 거기 주치의가 과별로 15명인데, 대통령이 자리를 뜨면 다들 와서 ‘나도 봐달라’고 모입니다. 그만큼 한의가 인기가 있다는 것이죠.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페루도 다녀왔고 브라질도 다녀왔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미국이나 알지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곳을 너무 모르고 있더군요. 이번에 대구한의대학교에서 연구개발한 화장품으로 진출하게 됐는데, 한국 기업들이 진출을 거의 안 했어요.”

세상 어두울수록 미래 내다봐야…
남을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시대정신

- 주역 관련 책을 내신 적이 있습니다. 주역을 연구하셔서 책까지 내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 도서관에 책이 100만권 있지만, 그중에 미래를 명시한 건 주역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뤄진 삼각함수 속에서 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미래를 어떻게 아느냐고 하지만, 삼각함수라는 건 두 개의 값을 알면 하나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잖아요. 그렇게 미래를 알아가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운전을 할 때에도 날이 밝으면 전조등을 안 켜도 괜찮지만, 어두울 땐 꼭 켜야 하잖아요? 세상이 밝으면 괜찮을 수 있어도 혼란할 땐 미래를 알아야만 합니다.”

- 일제시대를 직접 겪으신 원로이신데, 그 당시 한의사의 사회적인 입지는 어땠습니까.
“일본이 제국주의로 전쟁을 할 때, 우리나라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랐습니다. 일본이 타이완 같은 곳은 우리보다 먼저 점령했는데 거기선 충돌이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오니까 독립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일본 입장에선 골치가 아프죠. 그래서 어떤 분자들이 이걸 일으키나 찾았더니 대부분이 한의사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당시 식자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한문학자들이었거든요. 이 한문학자들이 장사나 농사로는 돈을 못 버니까 먹고 사는 법이 한의학밖에 없었습니다. 약을 팔아서 돈도 만들고 독립운동 자금도 조달하고 했던 것이죠. 일제가 그래서 정책적으로 3개 의학전문학교를 세우고 거기에 친일파 후손들만 선택해서 입학 시켰습니다. 한두 해 그렇게 한 게 아니라 36년을 그렇게 했어요. 한의사들의 영향력을 그렇게 줄인 것이지요.”

- 이제까지 학의학계 발전에 많이 공헌하셨는데, 돌아보시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우리 한의학이 여기까지 발전해 오는 데에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한의과대학을 세울 때, 양의사들의 반대도 많았는데, 학생들이 모이고 있고.”
후진 양성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민족의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국민들이 마음을 합해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교훈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시대엔 더불어 살고, 공동의 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있어야 이 사회가 원만하게 이뤄질 텐데…. 다 같이 살면서 네 탓 내 탓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글로벌 시대에 맞게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공동의 이념을 펼치고 살아나가야지요.”


정재훈 기자  jtk33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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